Radio Flare REDUX

 

 

제작사: Chillingo
가   격: $ 2.99
펌웨어: 3.0 이상

슈팅게임의 이단아
슈팅게임이라면 여러분은 보통 어떤 게임을 떠올리시나요? 어느 정도 연령대가 높으시거나 또는 게임을 즐긴 경력이 되시는 분들은 스페이스 인베이더나 갤러그를.. 또는 라이덴이나 1945 시리즈와 같은 종스크롤 슈팅게임을 떠올리실수 있을 겁니다. 또는 썬더포스나 R-TYPE 같은 횡스크롤의 슈팅 게임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있겠죠. 사실 일일히 거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명작 게임이 다수 탄생했던 슈팅 게임이라는 장르는 어느새 탄막 슈팅이라 불리우는 게임들 정도가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인기가 식어버린 장르가 되어버렸습니다. 슈팅게임이 이렇게 비주류 게임이 되어버린 원인은 무엇일까요? 물론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전에는 불가했던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짐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 등장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슈팅게임의 기본적인 게임의 룰 자체의 발전이 없었던 탓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틀을 벗어났던 게임이 있었으니.. 스페이스채널, 루미네스 등으로 유명한 미츠구지 테츠야가 2001년 세가에서 드림캐스트로 발매했던 REZ 라는 게임 입니다.




점차 사실적인 표현을 중시하던 흐름을 거스르고 과감히 점, 선, 면 등을 단순한 와이어 프레임과 폴리곤으로 표현하여 만든 몽환적인 비쥬얼도 큰 반향을 불러왔었지만, 사실 이 게임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게임 플레이 자체에 있었습니다. 여전히 `적을 조준하고 쏴서 없앤다` 라는 슈팅게임의 노선을 그대로 따라갔지만, 적이 락온되거나 피탄시, 그리고 격추시의 사운드가 BGM 과 결합하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특유의 게임성은 참신하고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에 따라서 다른 느낌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다소 리듬게임적인 재미가 슈팅 게임에 적절히 녹아들어간 전혀 새로운 슈팅게임이었던 Rez 는 지금도 자주 회자되는 슈팅 게임의 새로운 명작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저에게도 이카루가와 함께 드림캐스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슈팅게임으로 남았습니다. 지금은 둘 모두 XBLA 로 이식되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슈팅시퀀스가 리드미컬한 음악을 만든다.
Raven sword, MiniGore, Zen bound 로 이미 아이폰 유저들에게도 잘 알려진 Chilling 에서 내놓은 Radio Flare REDUX (Classic 버전도 있습니다)는 앞서 언급한 Rez 의 바통을 그대로 이어받으려 했던 모양입니다. Rez가 발매되었던 2001년과는 달리 이제는 와이어 프레임 등을 이용하여 제작되는 게임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비쥬얼만을 보고 Rez 의 아류작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Rez 의 핵심이었던 "당신의 슈팅시퀀스가 리드미컬한 음악을 만든다." 라는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Radio Flare REDUX 는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아류작 (미츠구치 테츠야 또는 세가 or Q 엔터테인먼트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므로 계승작은 아니니...)이라고 보여집니다. 아류작이라 하더라도 Rez 의 정식 후속작이 없었던 만큼 Rez 와 같은 경험을 다시 원하는 분들에게는 Radio Flare REDUX(이하 RFR)는 희소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RFR 은 Rez 와는 달리 횡스크롤 슈팅 게임이지만은요.




RFR 은 DJ 들의 클럽, 하우스 음악을 BGM 으로 하여 Rez 와 같은 즐거움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것을 핵심으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클럽, 하우스 음악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를 저절로 들썩이게 만들만큼 충분히 경쾌하며, Rez 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적을 동시에 락온 하여 마치 도미노가 줄줄이 쓰러지듯이 격파하는 콤보의 쾌감을.. 그리고 나만의 리듬을 만들어나가는 즐거움을 주기위해 다양한 준비를 한듯 보입니다. 33개의 행성(레벨)을 플레이하는 동안 매번 다른 BGM과 배경을 가지고 게임이 진행되며, 진행상태에 따라서 새로운 이펙트 사운드와 효과가 언락되는 등이 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뛰어나지 않은 저의 글 전개 능력 때문에 이미 눈치 챈분들도 있으시겠지만,) Chilling 가 RFR 을 통해서 시도하고자 했던 것들은 불행하게도 실패했습니다.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치다.
Rez 가 잡았던 슈팅 게임 고유의 즐거움과 리듬 게임 적인 새로운 경험 모두를 적절히 배합하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반대로 RFR 은 이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친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두 마리의 토끼 중 리듬게임과 같은 경험을 우선적으로 보자면 RFR 의 사운드는 BGM이 경쾌한 것에 그치고 있습니다.유저의 플레이에 따라서 리드미컬한 음악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했다면 BGM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수의 적을 배치하여 이펙트 음과 BGM 이 잘 어울리는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해주었어야 합니다.



가령 Rez 의 경우에는 보스와 같은 특정 적을 제외하고는 플레이어가 격파하지 않는다고 하여 한 화면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르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나 RFR 은 "콤보 격파하는 즐거움을 맛봐라~" 는 식으로 서로 꼬리를 물며 원을 그리고 있는 등의 적 배치로 인해서 애초에 BGM 의 흐름과 관계없이 적이 등장하여 BGM 과 이펙트음이 어울릴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질 않습니다. 이렇다보니 게임의 핵심으로 내세웠던 Music Gameplay Experience 를 플레이어가 느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언락으로 만나볼 수 있는 새로운 이펙트음/비쥬얼과 리듬에 맞추어 움직이는 배경, 그리고 피격 당했을 때 암전되는 듯 한 화면과 장막에 가려진 것 같은 BGM 등 다양한 시도는 이러한 기초적인 구성의 헛점으로 인하여 RFR 의 완성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저 BGM 이 경쾌한 슈팅게임으로라도 즐길 수 있을까? 아쉽지만 RFR 이 부분, 즉 첫번째 토끼 역시 제대로 놓치고 있습니다. 다양한 무기(게임의 특징상 애초부터 불가하긴 했지만..)로 매번 다른 대처방안을 요구하는 적도 없습니다. 33개의 행성을 플레이하는 동안 그저 클리어를 향해 달려가는 즐거움 아닌 즐거움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설상가상 조작까지 불편합니다. 처음 터치한 손가락으로 비행유닛을 조작하게되며, 이를 유지한 상태로 추가적인 터치로 적을 락온하였다가 띄는 순간에 적을 격파하게 되는데.. 플레이하다 보면 어느새 락온이라고 생각했던 두번째 손가락은 비행유닛을 조작하고 있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또 자연히 적이나 총알 등을 피하면서 적을 락온하다 보면은 어느새 두 손가락이 꼬이는 불쾌한 경험까지도 겪게 됩니다.






시도는 좋았으나.. 아직은 역량 부족..
Chillingo 는 사실 아이폰 게임 개발사 중에서 손꼽히는 기술력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이런 결과물로 Zen Bound 라는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 좋은 평가를 받은 적도 있고요. 하지만.. Ravensword 나 이번 RFR 등으로 아직은 그 역량이 많이 부족함이 여실히 드러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웹진의 평가도 그다지 좋지 못하고 흥행에도 성공하지 못한 RFR 을 왜 아이패드를 위한 HD 버전을 내놓았는지는 도저히 이해가 불가능한 개발사이기도 하지만, 주류 게임 만을 찍어내기 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박수를 보내며 이번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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