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등장한 스퀘어에닉스의 FF 스타일 신작~!!
스퀘어 에닉스는 지난 송서머너의 리뷰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콘솔에 주력하며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던 과거와는 다르게 최근에는 파이널판타지 정식 넘버링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포터블 기기의 RPG 시리즈를 내놓고 있습니다. 무려 일본의 국민 RPG라 불리우고 있는 드래곤퀘스트 시리즈의 정식 넘버링 작품까지 NDS로 발매할 정도니 이러한 평가에 누구도 반문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역시 스퀘어에닉스가 발매해서 좋은 평가를 얻었던
Song Summoner - The Unsung Heroes

이런 스퀘어에닉스로서는 얼마전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최근 북미 시장에서의 타이틀의 전체 규모에서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인 PSP를 넘어설만큼 게임에 있어서도 큰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아이폰 게임 애플리케이션 시장을 그저그런 양산작 및 이식작으로만 공략하기에는 아까운 시장이라고 판단했나 봅니다. 아이팟으로 발매되었던 오리지날 RPG 였던 송서머너를 보강한 송서머너:엔코어 에 이어 드디어 FF 스타일의 오리지날 RPG 를 내놓았으니 말이죠.

첫 정보가 공개된지 약 한달만인 지난 4월 18일에 런칭된 카오스링(CHAOS RINGS)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무려 $ 12.99 라는 다소 고가의 가격에 발매되었음에도 IGN, POCKET GAMER 등 웹진에서 9점이라는 고득점을 획득하고, 유저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고 있는 카오스링. 과연 이 화제만발한 게임이 이러한 유명세에 걸맞는 게임인지 지금부터 샅샅이 뜯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4쌍의 남녀와
이들을 초대한 사신 The Agent

전형적인 FF 식 JRPG. 카오스링.
카오스링의 첫 정보가 공개되었을때, 다들 스퀘어 에닉스가 아이폰의 파이널판타지를 내놓는다는 이야기로 관련 커뮤니티가 들썩였습니다.(정확히는 스타일이 확연히 달라진 7편 이후의 파이널 판타지) 그도 그럴것이, 8등신의 3D 캐릭터에 랜덤인카운터 식 턴제배틀 등등 언뜻보면 파이널판타지 신작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실제로 즐겨본 후의 인상역시 이러한 예측이 전혀 틀리지 않았다고 느낄정도로 카오스링은 파이널판타지의 그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배경은 2D 이미지로 처리했지만, 전혀 위화감이 없다.
이 스크린샷만 보더라도 파이널 판타지의 향기가 물씬 풍기지 않는가?

 

생각보다 대단히 놀라운 수준은 아니지만, 분명 합격적을 줄만한 수준의 비쥬얼
게다가 디자인 센스로 계단현상 등이 도드라짐에도 나름 깔끔함을 유지한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비쥬얼은 예상대로 배경을 2D 이미지로 처리하고(물론 전투시는 3D 배경) 캐릭터 등은 3D 폴리곤으로 처리하였는데 전체적으로 위화감없이 깔끔한 인상입니다. 특히 배경은 비록 2D 이미지이지만, 세련미 넘치게 디자인 되어있어, 카오스링의 비쥬얼이 호평받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FF 시리즈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거론되는 소환수 연출 등, 예상외로 전투 시에 별다른 연출이 없어 다소 아쉬움을 남기는 가운데, 간혹 보스 캐릭터에게 마법 등이 히트할 때, 프레임이 저하되는 문제도 보이기는 하지만 심각한 수준까지는 아니니, 전체적으로 그래픽에는 합격점을 줄만 하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기술적으로 봤을때는 배경을 2D 이미지로 처리한 것을 감안하면 첫 공개시에 몇몇 이들이 말한 것처럼 `아이폰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래픽` 수준 까지는 아니라는 느낌도 드는게 사실입니다.

 

제한적인 스펙을 고려했을때 배경의 2D는 적절한 선택이었다.

사실 카오스링에서 가장 높게 평가하고 싶은 부분은 비쥬얼 적인 부분보다 바로 사운드. 좀 더 정확히는 BGM 에 있습니다. 와일드암즈 5 의 작곡가인 Noriyasu Agematsu 가 담당한 카오스링의 BGM 들은 때로는 웅장하게, 때로는 구슬프게 주인공인 4쌍의 남녀들의 이야기를 유저에게 전해줍니다. 그 외의 이펙트 음도 적절한 수준이며, 혹시나 하여 밝히지만, 대화의 음성 더빙은 지원되지 않습니다.

 

아쉽게 대화 시에 캐릭터의 음성이 지원되지는 않는다.

카오스링만의 차별 POINT
물론 FF 스타일의 게임이라고 하여 카오스링이 단순한 FF 붕어빵 게임은 아닙니다. 자의와 상관없이 사신으로부터 초대된 5쌍의 남녀가 영원한 생명과 젊음을 두고 격돌하게 된다는 개연성있지만, 다소 황당하고 유치뽕짝한 전형적인 일본 RPG 다운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사신의 지시에 따라서 던전식 필드를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퍼즐모드가 등장하게 됩니다. 물론 기존의 다른 JRPG 에서도 퍼즐이 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예 대놓고 퍼즐모드를 끼워넣은 것은 다소 생소한 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웹진 등에서 퍼즐 모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과는 다르게 실제로 즐겨본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그동안의 억지식 길찾기 퍼즐에 비해서 차라리 직관적이면서도,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퍼즐에 대해서 괜찮은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물론 퍼즐이 등장한 것 자체는 너무 플롯과 동떨어진 느낌이긴 하지만요. 

 

아예 대놓고 등장하는 퍼즐 모드

 

항상 똑같은 퍼즐만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며,
조금만 생각하면 쉽게 풀수 있는 수준

그 외 전투 시스템에 있어서도 솔로(Solo) / 페어(Pair)와 유전자(Gene) 라는 카오스링만의 차별화된 시스템이 등장합니다. 먼저 페어의 경우는 말그대로 두 명의 캐릭터가 동시에 행동하는 것으로 혼자서 각각 공격했을때에 비해서 더 큰 효율을 보여줌과 동시에 하나의 캐릭터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 둘 모두에게 적용되기도 합니다. 

이는 굳이 공격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며, 보조 마법 등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적용이 됩니다. 예를 들어 힐을 자신들에게 시전할 경우, 훨씬 강력한 힐링효과로 두 파티원 모두가 치료됩니다. 이러한 장점이 있긴 하지만, 개별적으로 공격 등을 할 수 없다는 단점 외에도 적에게 공격받을 때 둘 모두가 피격당한다는 약점도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시스템이니 적절히 전략에 따라서 활용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플레이 하는 도중 지겹게 사용하게 될 페어 (Pair)
스크린샷은 페어로 힐링 스킬을 시전하는 모습

그외, 캐릭터는 전사/마법사의 기본 Gene 외에 총 3개의 Gene 을 추가 장비할 수 있는데, 이러한 Gene는 그 이름에 따라서 특정 종류의 적을 상대할 때마다 새로운 스킬들이 추가가 됩니다. 예를 들어서 Dog 종류의 적을 상대하면, Dog Gene 에 새로운 스킬이 추가되어 Dog Gene 을 장비하면 해당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며, 이러한 스킬에는 액티브 스킬 외에 패시브 스킬도 포함이 됩니다. 다소 어디선가 본듯한 시스템이지만, Gene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느낌의 캐릭터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육성에 재미를 주는 시스템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군요.  

 

총 20여 종의 Gene 이 등장하며, 하나의 Gene은 최대 6개의 스킬을 갖는다.
물론 다른 Gene 에도 같은 스킬이 존재할 수 있으니 `6 x 20 = 120` 은 아니다.

언제 어디서나 즐길수 있는 RPG
사실 그동안 JRPG 들은 세이브 포인트를 따로 지정하여 유저가 원하는 상황에 마음대로 게임을 중단할 수 없어 유저들이 많은 불편함을 겪어 왔습니다. 이는 과거의 저장 매체의 한계로부터 시작된 발상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부분인데, 옹호론자들은 게임의 적정 난이도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데에 반하여 서양의 RPG들은 세이브에 제한을 두지 않음에도 이를 훌륭히 극복해내고 있어 그동안 많은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예 스킬을 장착하여 인카운터를 회피해버릴 수도 있다.
상단 X 표시의 ENC 아이콘으로 인카운터를 On/Off 할 수 있다. 

그러나 카오스링은 그 플랫폼이 포터블기기.. 또는 더 나아가 핸드폰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심을 한 흔적이 보입니다. 일단 별다른 세이브 포인트를 두지 않는 것에서 더 나아가, 수시로 자동 세이브가 되기 때문에, 언제든 게임을 종료하더라도 문제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랜덤 인카운터로 원치않는 반복적인 전투가 짜증이 난다면, 특정 스킬이 있는 Gene 를 장비하여 인카우터 자체를 회피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매번 전투가 지나면 자동적으로 HP가 최대치까지 회복되는 점도 매번 게임을 시작할때마다 HP 를 점검해야하는 번거로움을 생략하게 해줍니다. 저장과 랜덤 인카운터.. JRPG 의 가장 불편한 점을 맞딱뜨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카오스링을 부담없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방에 훅~!! 가시는 거대 보스
덩치에 안맞게 왜이러셔~!!

빛 좋은 개살구...??
자..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게임을 끝마치고 난 후의 카오스링은 화려한 겉모습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속이 조금 비어있는 듯한 게임이라는 인상이 남습니다. 일단, 카오스링은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페어어택은 점차 전략적으로 활용되기보다는 대부분의 적을 한타에 보내는 수단이 되고 맙니다. 게다가 몇몇을 제외한 보스 캐릭터 역시 특정 스킬이나 약점을 공략하면 2~3 번의 공격으로 처치가 되버리다보니 보스전에서도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다가, 심지어 10 이상 레벨차가 나는 적을 상대하는데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정도이다보니, 카오스링을 플레이하며 점차 전투가 즐거움이 아닌 번거로운 과정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상점에서 새로운 장비를 선택해서 구입한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들려서 장비를 업그레이드 한다는 느낌

둘때로 아머와 반지 외에는 별다른 장비가 없음에도 단순히 디펜스 및 Luck 의 상승 등 외에 장비에 별다른 특징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 마다 새로이 상점에 등장하는 장비 또는 맵의 보물상자등에서 얻는 장비로 단순히 업그레이드 하는 재미 외에 장비를 선택하는 즐거움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법 역시 3가지 속성의 공격 마법, 속성 부여, 방어 및 보조 마법 등등만 존재하며, 적들도 점차 색깔만 달리한 강화 버전이 등장하는 등 전체적으로 카오스링은 플레이해나갈수록 무언가 많이 빠져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오히려 혹평 받았던 퍼즐 모드와 새로운 보스를 만나는 즐거움으로 즐기게 된다

결정적으로 카오스링은 초기에 플레이할 수 있는 2쌍의 남녀 외에 숨겨진 루트를 클리어하여 총 4쌍들의 스토리라인을 즐길 수 있는데, 그 전의 플레이하며 성장시킨 Gene이 고스란히 승계되면서 마지막 단점이 드러납니다. 스토리상 다시 첫출발점에서 다른 남녀로 동시간을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에, (물론 이벤트는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동일한 스테이지를 반복 플레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Gene 이라는 카오스링의 시스템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 임에도 그전의 캐릭터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 반복 플레이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됩니다. 물론 쉬운 난이도와 빈약한 마법 등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즐겼다면, 새로운 캐릭터를 플레이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유저들은 캐릭터의 생김새 외에 거의 비슷한 게임을 또다시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에 쉽게 흥미를 잃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껍데기(스킨)만 바꿔서 다시 플레이하는 느낌이랄까?

아이폰으로 즐길수 있는 몇 없는 제대로 된 RPG.
사실 마지막 혹평에도 불구하고 카오스링은 분명 아이폰으로 즐길 수 있는 RPG 중에 최고 수준의 게임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RPG 라는 게임의 특성상 다른 장르에 비해서 대체적으로 많은 개발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에 지금껏 아이폰으로 발매되었던 대부분의 RPG는 모바일 게임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카오스링 아이폰 RPG 유저에게는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비록 호화 개발진이 동원되었음에도, 플레이 첫인상에 비해서 게임을 진행할 수록 많은 헛점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런 시도를 한 스퀘어에닉스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동사의 송서머너 만큼 내적인 부분도 많이 신경을 썼다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기며 카오스링의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